인류와 가장 오랫동안 함께하고 있는 조미료인 소금.
소금의 종류 및 효능, 논란까지 살펴볼까 합니다.
소금을 제대로 알고 선택하는 일은 달리기 전에 운동화 끈을 묶는 것과 같습니다. 거의 모든 먹거리에 들어가 있는 소금에 대해서는 모르면서, 건강에 좋다는 식품을 찾아다니는 것은 조금 이상한 일입니다. 소금이 값도 싸고 맛도 크게 다르지 않다 보니 무심코 고르는 경향이 많습니다.
널따란 프라이팬에 굵은소금을 고르게 깝니다. 그 위에 제철의 대하를 올리고 중불에서 15분 정도 기다립니다. 회색빛이었던 대하가 붉은색으로 바뀌면서 맛있게 익게 됩니다. 소금은 녹는점이 높아서 팬에 잘 달라붙지 않습니다. 그래서 열기가 골고루 잘 전달되고 새우가 잘 익게 되는 겁니다. 대하 구이에 유용하다는 것은 소금이 가진 다른 효능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닙니다.
여러분은 천일염이 미네랄을 그다지 많이 가지고 있지 않을뿐더러, 그 미네랄을 먹기 위해 불순물도 어느 정도 함께 먹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
죽염과 구운 소금에 발암 물질인 다인옥신이 검출된 적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까?
가장 안전하고 기본에 충실한 소금은 무엇일까요?
소금의 중요성
식당에서 국밥을 먹을 때 이미 적당하게 간이 되어 있는 것 같은데, 소금을 더 넣는 사람을 보면서 속으로 저러면 건강에 나쁠 텐데 하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소금, 설탕, 밀가루가 3가지 흰 색깔의 악마다라며 세뇌당해 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소금은 인간에게 꼭 필요한 식품입니다.
사람 체액의 염분 농도는 0.9%입니다. 엄마 뱃속의 양수 역시 0.9% 염분입니다. 병원에서 맞는 링거도 식염수 즉, 소금물입니다. 소금이 많이 부족하면 사망에 이르기도 합니다. 마라톤 대회에서 물을 너무 많이 마신 선수가 저나트륨증으로 사망하여 규정이 바뀐 적도 실제로 있었습니다.
반드시 필요한 무기질이기도 하지만 음식의 간을 맞추는 조미료이기도 합니다. 가장 역사가 오래된 조미료이면서 다른 물질로 거의 대체시킬 수 없는 특징도 있습니다.
소금이 부족하면 피로감, 소화불량, 무기력 등의 증상이 생기기도 합니다.
소금의 효능에 대해 가장 흔히 논하는 부분이 잇몸건강입니다. 죽염치약은 마트 치약 코너에서 비교적 고가이기도 합니다. 소금의 가장 중요한 효능 중의 하나가 염증을 가라앉히는 것입니다. 소금의 이런 능력이 가장 쉽게 발휘될 수 있는 것이 잇몸이 염증으로 부었을 때 소금물 가글로 효과를 보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서 그냥 물 대신 소금물 마시기를 실천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직접 먹는 것으로 몸 내부의 염증을 다스릴 수 있고 뭉쳐진 등과 목의 근육을 풀어주고 잠도 잘 자고 활력이 느껴지고.... 사실 모두 제가 체험한 효과들입니다. 물론 부작용도 있습니다. 소금은 물을 머금는 성질이 있어서 몸이 붓기도 합니다. 저는 소금물 마시기가 단점에 비해 장점이 많다고 느꼈기 때문에 계속하고 있습니다.
소금의 정의
화학명은 염화나트륨이고 분자식은 NaCl입니다. 정확히는 소금 = 염화나트륨 + 불순물 입니다. 소금의 주된 성분이 염화나트륨인 것입니다. 거의 혼용되어 쓰이고 있습니다. 소금에는 불순물이 많이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이것들을 제거하고 있습니다. 순수한 소금은 박테리아와 미생물이 서식할 수 없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없습니다. 그래서 히말라야 핑크소금은 1억 년이 넘었다고 측정되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먹고 있는 것입니다.
소금의 역사
인간이 소금을 이용한 것은 기원전 6000년경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유목 생활에서는 우유나 고기에 들어있는 소금으로 섭취가 가능했지만 농경사회로 바뀌어 곡류나 채소가 주식이 되면서 소금을 따로 섭취해야 했었습니다. 소금의 중요성은 화폐로 이용한 기록을 보아도 잘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정통적 제염법은 바닷물을 끓여 만드는 방법입니다. 염분 때문에 그냥 물보다 끓는점이 올라가서 연료 소모가 심해 비쌉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소금을 자염이라고 부릅니다. 이후 1907년 일제에 의해 대량 생산의 목적으로 천일제염법이 들어오게 됩니다.
소금의 종류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진 소금은 원재료가 바닷물입니다. 그런데 이 바닷물에는 당연히 짠맛을 내는 염화나트륨 이외에 여러 가지 불순물이 섞여 있습니다. 각종 중금속, 미세플라스틱, 미세 생물, 심지어 분변까지. 그래서 이런 불순물을 제거하는 방법으로서 소금의 종류를 구분 지을 수 있습니다. 제품 뒷면 식품 유형 기준입니다.
천일염
바닷물을 타일이나 장판이 깔린 염전에 가두어 말려 만듭니다. 불순물을 제거하는 과정은 따로 없습니다. 창고에서 그냥 말립니다. 그것도 몇 년이나. 이것을 간수를 뺀다고 표현합니다. 천일염은 염화나트륨 이외에 미네랄이 풍부해서 몸에 좋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미네랄 중 일부는 쓴맛을 내기 때문에 이걸 없애기 위해서 몇 년에 걸쳐 간수를 빼는 것입니다. 결국 판매될 때쯤에는 미네랄은 얼마 들어 있지 않게 됩니다. 얼마 안되는 미네랄을 먹으려고 불순물 섭취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100원 주우려다 500원 흘려버리는 것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식품인 이상 특정 기준에 통과는 된 제품이니까 판매하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천일염을 물에 녹여서 찌꺼기들을 보여주는 영상을 보면 찝찝한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다음에 설명된 소금들은 어떻게 보면 이 천일염을 기본 재료로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한 과정을 덧붙였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정제염
바닷물을 미세한 구멍의 이온교환막에 통과시킵니다. 그러면 염소와 나트륨만이 투과가 됩니다. 마그네슘이나 칼슘 같은 미네랄은 통과하지 못합니다. 납, 아연 등의 중금속들도 막을 통과하지 못하여 걸러집니다. 이것을 다시 끓여서 불순물을 한 번 더 제거한 소금이 바로 정제염입니다. 재제염을 이것과 비교하면 한번 걸러내는 과정 없이 그냥 끓인다고 보면 됩니다.
정제염으로는 한주소금이라는 브랜드밖에 없습니다. 만드는데 비싸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기업이 이 방식으로 소금을 만들지 않습니다. 이미 천일염이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데 굳이 비싸고 만들기 어려운 소금을 판매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럼 한주라는 회사는 어떻게 이 비싼 정제소금을 싸게 만들어 팔수 있을까요? 한주는 원래 공업용 소금 제조와 울산공단에서 쓰고 남은 열에너지 재활용을 위해 만들어진 공기업이었습니다. 지금은 민영화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소금을 끊이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울산공단에서 저렴하게 얻고 있습니다. 다른 회사는 이런 가성비가 나올 수 없기 때문에 제조하고 있지 않습니다.
재제염 [꽃소금]
천일염을 녹여서 불순물을 제거한 후, 다시 재결정한 소금입니다.
태움.용융소금 [구운소금]
천일염이나 재제염(꽃소금)을 한번 구워 불순물을 날렸다고 하는 소금입니다. 원재료가 천일염인지 재제염인지 잘 봐야 합니다. 재제염이라면 끓이는 과정을 통해 한번 걸러지고 또다시 구워서 걸러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런데 굽는 과정에서 발생한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이 검출되어 문제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소금에는 불에 타는 유기물이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불순물 제거를 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죽염
대나무 통 속에 천일염을 넣어 9번 구워 얻어낸 소금입니다. 감칠맛이 납니다. 구운 소금과 같은 다이옥신 논란이 있습니다. 죽염은 전통식품이 아닙니다. 일제강점기에 김일훈이라는 사람이, 조상들은 대나무에 소금을 넣고 구워 소화제 등으로 썼다는 것에서 착안해서 고안해내고 이름까지 붙인 것입니다. 적극적인 홍보로 전국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하자 공장을 세우고 제품을 판매하였습니다. 그 자손들이 아직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죽염의 효능으로는 미용, 비염, 잇몸질환 등에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대나무 태운 재가 들어가니까 몸에 더 나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암염
전 세계 소금의 3분의 2가 이 암염입니다. 오래전에 바닷물이 가두어졌다가 말라 버려 돌처럼 된 소금을 깨내어 잘게 부순 것입니다. 지질학적인 이유로 우리나라에는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뉴질랜드, 미얀마 등의 나라만이 암염이 생산되지 않는 나라입니다. 현재 관심을 많이 받고 있는 것이 이 암염의 일종인 히말라야 핑크소금입니다. 건강에 좋다고 홍보되고 있고 색깔이 붉은 색을 띄어 이쁘기까지 합니다.
함초소금
함초는 서해안의 염전 주위에서 서식하는 한해살이풀입니다. 소금을 흡수하여 자라서 짠맛이 납니다. 퉁퉁마디가 원래 이름이고 함초는 한방에서 불리는 이름입니다. 줄기의 마디가 퉁퉁하다고 해서 퉁퉁마디라고 부릅니다. 이것을 갈아서 소금 대용으로 쓰거나 소금과 섞은 것이 함초소금입니다. 변비예방, 숙변제거, 염증감소, 혈당조절 등 여러 가지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소금 섭취, 정말 줄여야 하나?
포털에 "소금물"이라고 치면 "소금물 마시기"라는 자동 완성어가 뜹니다. 많은 사람들이 소금물 복용에 대해 궁금해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클릭해보면 의사들의 저염식 권장을 비판하며 소금의 중요성, 섭취 후 효과, 복용 후기 등 여러 가지 글을 접할 수 있습니다. 물론 소금의 위험성을 주장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주로 고혈압과 위암을 일으킨다는 말입니다.
고혈압은 협심증, 심근경색, 심부전, 뇌졸중 등의 발병률을 높입니다. 다시 말해, 심혈관계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을 조사해보니 고혈압 환자가 많았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정상 혈압의 범위를 정해두고 그에 맞게 관리하자고 하는 것이 의학계의 의견입니다. 문제는 소금을 많이 섭취하니 혈압이 대체로 올라갔다는 연구결과가 많다는 겁니다.
소금은 혈압을 높이고, 고혈압은 심혈관질환 발병률을 높이니까 당연히 소금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전제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모든 사람이 소금으로 혈압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소금 민감성을 타고난 일부의 사람만이 그러하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2011년 국내의 한 연구발표에 의하면, 소금을 먹으면 혈압이 오르는 소금민감성을 가진 사람은 4명 중 1명이라고 합니다. 고혈압인 사람도 2명 중 1명만이 소금민감성을 가진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또한 소금을 오히려 평균보다 적게 먹은 사람들도 심혈관질환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소금의 섭취량을 정확하게 계산할 수 없다는 것 또한 큰 논란 중 하나입니다.
위암에 있어서는 짠 음식을 자주 먹으면 위염에 자주 걸리게 되고, 잦은 위염은 위암 발병률을 높인다가 논리입니다. 젓갈처럼 짠 음식이 위를 상처 내어 염증을 일으킨다는 겁니다. 소금의 총 섭취량보다는 소량이라도 매우 짠 음식의 섭취가 위 건강에 더 영향을 줍니다. 일본에서 매일 젓갈을 먹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3배 더 위암 발병이 많았다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내시경을 자주 해서 위염 여부를 확인하고 위염이 있다면 소금뿐만 아니라 자극적인 음식 자체를 줄여야겠습니다.
천일염이 진짜 몸에 좋은가?
한국인의 소금 섭취량이 세계적으로 높은 편이라 하더라도, 나트륨 섭취가 부족한 사람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몸에 여러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으니 소금물 등의 형태로 따로 섭취해 주어야 한다는 의견이 의외로 많습니다. 일부의 사람은 꼭 바닷물을 그대로 말린 천일염으로 먹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천일염에는 다른 소금에 비해 미네랄이 많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천일염의 광고 문구에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천일염 안에 있는 미네랄의 효과라면서 김치를 예로 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한 논문에서 천일염으로 만든 김치가 아삭거림, 유산균수 등에서 더 우수했다는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논문의 실험 조건을 비난하는 의견과 더불어 한 TV프로그램에서 천일염과 정제염으로 직접 김치를 담가 비교해보니 큰 차이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또한 천일염에 미네랄이 많다는 근거로서 주로 인용되는 논문 자료는 판매되는 제품이 아니라 염전에서 바로 채취한 소금을 사용했다고 해 비난받고 있습니다. 실제 마트에서 판매하고 있는 천일염은 간수를 오래 빼서 정제염과 미네랄에 있어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천일염은 간수를 오래 뺀 것을 상급으로 취급하는데 오래될수록 미네랄이 없으니 뭔가 맞지 않습니다.
위생상의 문제도 있습니다. 바닷물을 그대로 말리면 불순물이 섞여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미세플라스틱, 중금속, 균등. 이것들을 걸러내는 과정이 천일염에는 없습니다. 특히, 바닷물을 가두는 염전의 바닥에 PVC 장판을 깔아 쓰는 경우가 2015년 기준 93%였다고 합니다. 실제로 장판과 관련된 유해 물질 '프탈레이트 가소제'가 검출됐다는 연구발표도 있었습니다.
소금 선택과 사용량
세계 여러 나라의 식당에는 손님이 기호에 맞게 조절하라고 테이블 위에 소금을 올려둡니다. 미국에서는 암염, 일본에서는 정제염, 우리나라는 천일염 등등, 종류는 달라도 공통점은 소금입니다. 음식의 간을 맞추는 기본적 조미료이기 때문입니다. 천일염이 정제염보다 좋다는 이미지가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는 말도 있습니다. 마케팅에 넘어가지 말고 어떤 소금을 선택하든 그 차이점과 특징을 제대로 알고 먹는 것이 올바르다 하겠습니다.
동네 대형 마트 진열장에는 천일염, 재제염(꽃소금)이 가장 많고 구운소금(용융소금)과 죽염이 일부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천일염은 5년 전쯤 위생이나 미네랄 함유 논란이 이슈화된 적이 있었음에도 여전히 많이 팔리고 있습니다. 그 이유 중에 하나는 정부가 천일염 업계를 지원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불순물을 제거한 재제염인 꽃소금이나 그 재제염을 다시 구워 만든 소금(용융소금)을 선택하겠습니다. 천일염을 구운 소금과 재제염을 구운 소금의 맛 차이가 이렇게 많이 날줄은 몰랐습니다. 기회가 되면 국내 유일한 정제염인 한주소금도 먹어 보고 싶습니다.
WHO의 일일 섭취 권장량은 소금으로서 6g 이하, 나트륨으로서는 2g 이하입니다. 일반적으로 한국인의 나트륨 섭취량이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과거의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2019년 기준 3.3g 정도로 세계 평균과 비슷한 정도입니다. 세계의 많은 나라가 WHO의 권장량을 2g을 지키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WHO의 기준이 근거가 부족하다는 비판과 더불어 현실적이지 못한 너무 이상적인 수치라 할 수도 있겠습니다.
젓갈처럼 너무 짠 음식은 가급적 멀리하고 위염이 있거나 혈압이 높은 사람이라면 소금의 섭취 제한을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소금은 염증을 가라앉히고 고이고 뭉친 것을 풀어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건강한 보통의 사람은 소금을 충분히 섭취해서 이런 효과를 누려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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