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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이야기

밀가루 끊기?! 건강 밀가루 찾기?! 박력 있게 알아보자.

by 프리미어10 2020. 9. 23.

통밀가루에서 글루텐 알레르기까지, 오늘은 밀가루 이야기입니다.

 국수는 손이 많이 가는 요리입니다. 육수, 면 삶기, 고명, 양념을 각각 따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하얀 국수 면발 위에 여러 가지 색깔의 고명들을 나눠 올리고 양념을 마지막으로 끼얹습니다. 비가 오는 날 특히 국수 같은 밀가루 음식이 당깁니다. 라면도 좋지만 단백한 밀가루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국수가 더 좋습니다.



위가 탈 나면 밀가루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없습니다. 병원에서 먹지 말라고 하기 때문입니다. 위가 하는 일 중에 단백질을 분해하는 일이 있습니다. 그런데 밀가루에는 글루텐이라는 단백질이 많이 들어 있습니다. 글루텐 때문에 위가 더 열심히 위산과 펩신을 만들어 내고 위벽이 상하게 되는 것입니다.



위염을 떠나서 밀가루는 '끊어내야' 할 나쁜 식재료란 이미지가 쌓이고 있는 요즘입니다.

밀가루 끊기가 과연 건강에 도움을 줄까요?

건강한 밀가루는 무엇일까요?

여러 논란을 짚어보고 현명한 선택은 무엇일지 알아보겠습니다.


밀가루란

밀가루란 을 분쇄한 가루라는 뜻입니다. 쌀처럼 껍질이 쉽게 벗겨지지가 않아서 주로 빻아서 먹습니다. 밀은 쌀, 옥수수와 함께 인간이 가장 많이 먹는 주요 곡물입니다. 다른 말로 소맥이라고도 합니다. '살이 찐다'라는 소문과 달리 쌀보다 칼로리가 낮습니다. 비타민과 무기질도 풍부합니다. 하지만 함유된 단백질이 다양하지 못하여 유제품, 고기, 콩 같은 식품으로 보충해 주어야 하는 단점은 있습니다. 수입할 때 낱알 형태의 밀을 가져와 국내에서 제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내산 밀의 점유율은 1% 밖에 되지 않습니다. 대부분 호주, 미국, 캐나다산입니다. 서구권에서는 밀밭이 천국의 상징으로 인용되곤 합니다. 


밀가루의 활용

국수가 밀가루를 사용하는 대표적 음식입니다. 튀김 요리, 부침개 요리 등, 밀가루가 들어가는 음식은 매우 다양합니다.


밀가루로 을 만들 수 있습니다. 밀가루의 점성을 이용해 도배지용 풀로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밀가루와 물을 섞어 가열하면 쉽게 만들어집니다. 먹는 '풀'도 있습니다. 김치를 담글 때의 '풀'입니다. 김치가 발효될 때 미생물의 먹이 역할을 해서 맛있게 숙성시켜 줍니다. 양념이 잘 섞이게 도와줘서 색깔도 훨씬 이쁘게 됩니다


아이들의 장난감이 되기도 합니다. 밀가루나 반죽을 조몰락 거리는 촉감 놀이는 두뇌 발달과 정서 발달에 도움을 줍니다. 


밀가루와 건강

다이어트의 적

비만의 원인으로 지목받아 안 좋은 이미지가 박혀있습니다. 가루의 형태이다 보니 다른 탄수화물 식품에 비해 빨리 소화 흡수되어서 공복감도 그만큼 빨리 돌아온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빵을 주식으로 먹는 나라가 하루 4끼 식사를 하는 것도 아니고, 크게 공감 받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밀가루로 만든 음식들이 조리법도 다양하고 맛도 좋다 보니 과식하게 되는 것이 원인이 아니냐는 말이 더 그럴 듯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외국에서 주식으로 먹는 빵은 우리의 설탕 범벅 빵과는 거리가 멉니다. 우리나라의 빵가게에서 설탕 안 들어 있는 빵은 바게트 빵밖에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소화 불량과 피부 트러블의 원인

밀가루 음식만 먹으면 소화가 잘 안된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과학적으로 밝혀진 이유가 없다 보니, 밀가루 때문이 아니라 음식에 소화가 잘 안되는 재료가 함께 들어가 있어서 그렇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기름지거나, 우유가 들어간 음식도 소화가 잘 안되는 이유일 수 있습니다.

알레르기

밀가루의 글루텐을 소화하지 못하는 유전성 알레르기 질환이 있습니다. 셀리악병이라고 불립니다. 증상으로는 복부팽만, 복통, 설사, 피부 발진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셀리악병의 원인이 글루텐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기 때문에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동양인과 흑인은 셀리악병 유전자를 거의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 2016년 기준 딱 1건 진단받은 케이스가 있을 정도입니다. 셀리악병이 가장 많다는 미국도 유전자 보유율은 30~40%이지만 발병율은 약 1% 정도라고 합니다. 서양의 유당불내증 정도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밀가루 끊기 (글루텐 프리)

요즘 밀가루 끊기가 유행처럼 퍼지고 있습니다. '1주일 정도 밀가루 음식을 먹지 않았더니 뱃살, 몸무게, 체지방이 내려갔다'라는 후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앞서 얘기한 바와 같이, 밀가루(글루텐)를 섭취하지 않아서 건강해졌다라기보다 밀가루를 활용한 고칼로리 음식을 피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치킨을 비롯한 간식의 대부분에 밀가루가 들어갑니다. 이 간식만 줄여도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밀가루 대체 식품

'그래도 찝찝하다. 밀가루를 대신할 식품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쌀가루나 메밀가루로 대체해도 되고, 빵이라면 호밀빵으로 대체할 수도 있습니다. 


호밀은 밀보다 더 강한 작물이라서 밀이 경작되기 힘든 지역에서 밀 대신 재배해왔습니다. 호밀로 만든 빵은 식감이 매우 거칠고 시큼한 맛이 납니다. 그래서 쌀이 없어 보리를 먹었던 것처럼 밀빵이 없어 호밀빵을 먹는 그런 느낌의 식품입니다. 사실 호밀은 밀에 비해 글루텐이 부족해서 빵 만들기에 적합한 곡물은 아닙니다. 현미처럼 섬유질이 매우 풍부해서 한때 우리나라에서 유행했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호밀빵임을 광고하던 대부분의 제품이 밀빵에 호밀을 약간 첨가하는 수준에 그친 것이 많았습니다. 


밀가루 대신 오트밀로도 빵을 만들 수 있습니다. 오트밀이란 귀리를 찌거나 볶은 뒤 납작하게 압착한 것을 말합니다. 


밀가루의 종류

밀가루에 물을 붓고 치대면 글루텐이 작용하면서 쫀득한 반죽이 됩니다. 글루텐이 각 입자를 끌어당기는 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글루텐이란 이름도 접착제라는 뜻의 라틴어에서 유래됐다고 합니다. 빵 만들 때 글루텐이 모자라면 발효 시 공기가 잘 포집되지 않아 떡처럼 됩니다. 글루텐을 따로 넣어 주어야 빵 다운 빵이 만들어집니다. 쌀로 만들었다는 빵도 글루텐을 따로 주입한 것입니다. 이 글루텐의 함량으로 밀가루의 종류를 나눌 수 있습니다. 글루텐의 함량은 밀의 품종에 따라 달라집니다. 

강력분

글루텐 함량 12~14%. 제빵에 주로 이용. 

중력분

글루텐 함량 10~12%. 국수, 라면 등에 이용.

박력분

글루텐 함량 8~10%. 제과, 튀김, 부침요리에 이용.

케이크 밀가루

글루텐 함량 5~8%. 케이크나 부드러운 과자를 만듦.



이외에 마트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밀가루 제품들을 찾아보았습니다.


우리밀 밀가루

우리나라는 밀을 재배하기에 알맞은 기후가 아닙니다. 그래도 일부 지역에서는 재배가 이루어지고 있고, 한두 가지 정도의 제품은 마트에서 만나볼 수도 있습니다. 물론 가격은 수입산 중력분에 비해 2배가 훌쩍 넘습니다. 루텐 함량은 중력분 정도라서 빵을 만들기는 어렵습니다.  


수입산 밀가루에 방부제나 살충제를 넣는다는 말이 있기도 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합니다. 수입산과 국내산 밀이 특별히 차이 날 것이 없다고는 하지만 찝찝한 일이 과거에 있었습니다. 몇 년 전 소맥전분 제조회사인 신송산업의 '썩은 밀가루 사건'이 바로 그것입니다. 작업장 바닥에 전분의 주원료일 밀가루가 곰팡이 핀 채 방치되어 있고 까지 다닌다는 내부고발자의 신고로 조사가 이루어졌습니다. 썩은 러시아산 밀가루를 그대로 사용한 것은 물론이고 파손되지 말았어야 할 방부제 봉투가 터져서 섞여들었을 가능성도 높다고도 했습니다. 경찰의 늑장 수사로 고발 내용의 증거가 대부분 사라졌지만 밀가루 보관 상태 불량은 인정되어 벌금 1000만 원을 받았다고 합니다. 소맥 전분은 맥주, 과자, 어묵에 두루 사용하는 식재료입니다.


밀가루는 명절을 빼면 자주 쓰는 식재료는 아닙니다. 게다가 우리밀 밀가루가 수입산에 비해 비싸다고 해도 2천 원대 정도로 부담될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튀김 가루

밀가루에 옥수수전분, 베이킹파우더, 소금, 각종 양념 따위를 섞은 것입니다.  


부침 가루

밀가루에 설탕, 소금, 베이킹파우더, 찹쌀가루, 각종 양념 따위를 추가한 것입니다.

빵 가루

빵을 만들 때 쓰는 가루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건조한 빵을 분쇄한, 진짜 '빵 가루'를 말합니다. 돈가스 같은 튀김요리에 바삭함과 고소함을 더하기 위해 겉옷으로 많이 쓰입니다. 본래는 고대 유럽에서부터 소스나 수프의 농도를 진하게 하기 위해 사용했었습니다. 중국요리로 치면 전분과 같은 역할입니다. 

다음은 어느 대기업 빵가루 제품의 원재료란에 적혀 있는 성분들 입니다.

밀가루, 포도당, 식물성 쇼트닝, 전분, 황산칼슘, 염화암모늄 등. 

밀가루 이외에도 여러 가지가 들어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통밀가루

밀은 배아, 밀기울(겉껍질), 배유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분을 하게 되면 제일 먼저 밀기울이 떨어져 나갑니다. 이때 양이 매우 높은 배아도 함께 제거되기 시작합니다. 제분이 끝나면 최종적으로 배유만 남은 상태가 되는데, 이것이 현재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백밀가루입니다. 밀기울을 제거하는 이유는 글루텐 함량이 낮아서입니다. 글루텐은 부드러운 식감과 이쁜 모양을 위해서 없어서는 안되는 단백질입니다. 완전한 제분 전 밀기울과 배아가 어느 정도 남아있는 상태로 가루 낸 것이 바로 통밀가루입니다. 쌀에 비유하면 현미 같은 거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럼 밀을 전혀 제분하지 않은 채 통째로 분쇄한 밀가루는 없을까요? 

있습니다. 전립분이라고 하고 이것을 사용하는 제빵점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합니다.


**백설 우리땅 우리밀 통밀 밀가루 750g 공식 온라인몰 가격 2,820원


보관 방법 및 유통기한

밀가루의 유통기한은 보통 제조일자로부터 1년이 대부분입니다. 밀가루는 수분 함량이  다른 식품들에 비해 낮은 편이라서 곰팡이나 세균이 살기 어렵습니다. 서늘하면서 건조한 곳에서 보관해왔다면 2~3년까지도 무난하게 먹을 수 있습니다. 


결론

밀가루라고 하면 달콤한 빵과 입맛 없을 때 후루룩 넘어가는 면 요리가 생각이 납니다. 또한 튀김의 아삭한 식감을 제공하는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비 오는 날 어울리는 부침개 요리도 빠뜨릴 수 없겠습니다. 밀가루 음식인 국수는 기다란 모양 때문에 장수와 더불어 부부의 금술이 오래가라는 의미로 잔치에 등장하기도 합니다. 지금은 수입되면서 흔해졌지만, 과거에는 재배가 어려운 우리나라 기후 때문에 상류층들이 주로 먹던 신분 높은 식재료이기도 했던 것이 바로 밀가루입니다.


2018년에 저명한 학술지인 '사이언스'에 밀가루의 글루텐에 대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밀가루 음식에 민감한 사람들이 있는 것은 사실 같다. 하지만 구체적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밀가루의 유해성은 세계적으로 갑론을박 중이지만 우리 주위에는 벌써 '밀가루 끊기'를 실천하고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밀가루 입장에서는 억울한 일입니다. 


저는 '밀가루 끊기'가 그렇게 거북하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영양상으로 대체할 쌀이라는 식재료가 있기 때문입니다. 밀가루를 많이 포함하고 있는 '간식'도 자연스럽게 끊게 되니 더 건강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이언스'지의 기사처럼 밀가루 유해성에 대한 확실한 연구 결과 같은 것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밀가루 끊기'보다는 '과식'을 자제하는 평범한 다이어트에 만족하려고 합니다. 밀가루가 '확실한 유죄 판결'을  받기 전까지는 라면, 피자 등을 계속 즐기고 싶습니다. 물론 먹는 횟수나 양은 조절해야 하겠지요. 직접 요리할 때 사용할 밀가루 제품으로는 국내산 밀로 제조한 통밀가루가 적당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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